교향곡은 대규모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다악장의 기악곡으로, 악장 별로 다른 연주 속도와 분위기, 다양한 악기의 음색을 통해 다채로움과 웅장함을 표현하는 장르입니다. 교향곡은 장르가 정립된 고전시대부터 현대까지 활발하게 작곡 및 연주되고 있는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교향곡을 관현악곡의 최고봉으로 자리 잡게 한 작곡가, 베토벤이 작곡한 교향곡에 대해 자세히 다루어 보겠습니다.
베토벤 (1770.12.17~1827.03.26 / 국적: 독일)
베토벤은 교향곡 장르의 가장 대표적인 작곡가로, 그의 교향곡은 고전시대 후기 음악적 성취의 최고 수준을 보여줍니다. 베토벤은 생애 9곡의 교향곡을 완성하였고 이 중 무려 5곡이 위대한 교향곡 20선 안에 포함됩니다. 그는 교향곡이라는 장르를 정립시켰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혁신적인 시도를 보여줌으로써 후기 시대로의 문을 열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9곡의 교향곡 중 잘 알려진 3, 5, 6, 9번 교향곡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교향곡 3번 <영웅>
베토벤은 20대부터 일찍이 청력 손실과 이명을 앓고 있었고 이는 점차 악화되어 3번 교향곡을 작곡할 당시에는 이미 거의 들을 수 없는 상태였으므로, 내청 감각에 의존하여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작품 부제 '영웅'은 나폴레옹을 의미하는 것으로 나폴레옹에 대한 베토벤의 존경심을 담은 헌정곡으로 작곡되기 시작하여 악보에도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황제 즉위 소식을 듣고 격분한 베토벤은 악보의 표지를 찢고 제목을 수정했습니다. 나폴레옹의 용맹함과 작곡가 자신의 격동적인 내면을 표현하는 강하고 거친 음악 분위기는 초연 당시 청중들에게 외면당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교향곡 3번은 4악장 구성이며 각각 알레그로, 아다지오, 알레그로 비바체, 알레그로 몰토로 진행되어 빠름, 느림, 빠름, 빠름 악장으로 구성되는 전형적인 교향곡의 양상을 가집니다.
교향곡 5번 <운명>
5번 교향곡 역시 전형적인 4악장 구성을 따르며 빠름, 느림, 빠름, 빠름 악장으로 진행됩니다. 이 작품은 다단조의 1악장이 가장 주목받는데, 1악장 서두에 나오는 강렬한 4음 모티브는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익숙할 만큼 유명하며 많은 곳에서 비극이나 긴장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 4음 동기는 1악장부터 3악장, 4악장에서도 계속 발전되어 등장하며 작품 전체에 다양성과 통일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합니다. 베토벤은 4음 모티브를 두고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들긴다'라고 표현하여 절대음악인 이 작품에 '운명'이라는 별칭이 붙었지만 이 제목은 동양권에서만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운명 동기로 시작하여 인간의 희, 노, 애, 락을 보여주는 운명 교향곡은 베토벤의 여느 작품처럼 초연 당시에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이후 후세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 현재까지 유명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이 작품을 레퍼토리에 꼭 추가할 만큼 명작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교향곡 6번 <전원>
이 작품은 자연과 전원을 좋아했던 베토벤이 하일리겐슈타트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작곡하였습니다. 6번 교향곡은 형식 면에서 혁신적 시도를 보이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전 시대 교향곡 중 이례적인 5악장 구성인 점입니다. 이 작품은 정통 교향곡의 4악장 구성에 한 개 악장이 추가되어 5악장 형태이며 5개 중 3, 4, 5악장은 모두 빠른 속도의 악장으로 쉬지 않고 연속으로 연주됩니다. 다음으로는 베토벤이 직접 표제를 단 유일한 교향곡이라는 것입니다. 베토벤의 영웅, 운명, 합창 교향곡은 후세 사람들이 붙인 별칭이지만 6번 교향곡 전원은 베토벤이 직접 '전원 교향곡'이라는 부제를 붙였으며 모든 악장에 각각 표제를 붙여 음악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통해 회화나 감정을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는 이후 낭만 시대 표제음악의 징조를 보이는 의의가 있습니다.
교향곡 9번 <합창>
이 작품은 베토벤이 완성한 9번째이자 마지막 교향곡으로, 베토벤이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후에 작곡했습니다. 빠름, 빠름, 느림, 빠름의 4악장 구성이고 전 악장을 연주하면 70분이 소요되는 긴 작품으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마지막 4악장입니다. 교향곡은 오케스트라를 위한 관현악곡이지만 베토벤은 4악장에 4명의 독창과 혼성 합창을 추가하여 교향곡에서 혁신을 이루었습니다. 합창 부분은 베토벤이 애정하는 쉴러의 시 '환의의 송가'에 곡을 붙여 완성하였는데, 그는 이 작품을 작곡하기 약 30년 전인 22세에 이미 크게 시에 감명받아 곡을 붙이겠다 결심했습니다. 9번 교향곡은 세계 1, 2차 대전 전후나 독일의 분단, 올림픽 등 주요한 국제 이벤트에서 여러 언어로 번역되며 상징적으로 연주되었고, 대한민국에서도 1948년 초연 이후 송년 음악회 등의 여러 행사에서 주요한 레퍼토리로 공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베토벤은 청각 장애로 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오롯이 내청 능력으로 완벽한 대규모의 오케스트레이션을 구사하여 위대한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그는 교향곡을 정립시키는 동시에 여러 가지 혁신적 시도를 통해 위대한 악곡들을 작곡하였으며, 교향곡을 관현악곡의 최고 수준으로 이끌었습니다. 또한 그의 작품과 작곡 기법은 후대 낭만, 현대의 작곡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주어 생후까지 음악의 발전에 기여하였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와 작품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